작성일 : 11-01-18 13:45
양주 가래비 빙장 2011년 2차 등반 후기
 글쓴이 : 김형용
조회 : 3,143  
1월 9일 새해 첫 빙벽을 찍었다.
혁중형과 단둘이 했던 등반이었다.
양주 가래비는 상단 폭포와 하단 폭포로 나눠져 있는데
상단에는 수준별로 세 개의 물줄기가 나있고
하단은 초보자 교육용으로 8미터의 작은 물줄기가 있어 양주 가래비는 교육용으로 아주 적합한 곳이다.

1월 9일은 상단의 우리가 할만한 초급코스에 줄이 얼추 4개는 더 깔려있어 초보자 용에서 놀기로 했다
여기도 10번 등반하면 80미터이다.
이 날 재미있게 등반은 했지만 이상했다. 뭔가 영월에서 처음으로 빙벽완등을 했을 때랑 약간 느낌이 달랐다. 뭔가 내 자세가 불안해진 느낌이었다.
이때는 그냥 익숙하지 못한 탓이려니 했다.
선등도 시도해 보려 했는데 부대해서 농구하다 발목이 삔 후 목발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컨디션도 안좋고 확신이 안가서 못했다.
괜히 스크류 아끼려다 확보용 스크류를 부실에 있는 구형으로 했는데 괜히 박느라 혁중형만 고생하셨다.
혁중형 자가확보용으로 하나, 혁중형이 빙벽이 처음인지라 스크류를 믿지 못하는 관계로 스크류 두 개를 박아 이퀄라이징 하느라 총 세 개, 혁중형께서 정말 고생많이 하셨다. 다음부터는 왠만하면 신형스크류만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니면 내가 구형 스크류를 박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어차피 이걸로도 옛날에 토왕폭 충분히 갔을 테니까. 민호형 말대로 장비는 적응하기 나름인 것 같다.
아, 그리고 또 한가지 반성할 것은 나의 꼼꼼함이다. 마지막 장비를 회수할 때는 내가 했는데 아까처럼 자기확보용 스크류를 가지고 올라가지 않았다. 다시 내려갈까 고민하다가 바일 두개를 얼음에 찍어 그것을 슬링으로 연결해 자기확보를 하긴 했지만 나의 급한 성미를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다. 등반은 침착함이 최우선인데 말이다.

아무튼 1월 9일 첫 등반은 혁중형과 나 둘다 거의 쉬지도 않고 번갈아 가면서 했더니 3시간 만에 펌핑아웃이되어서 나왔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 혁중형이 오비까지 초청해 더 배우자고 했다.

1월 15일이 되었다. 장소는 또 가래비다. 정말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이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또한 나는 앞으로도 빙벽하면 거의 가래비를 가지 않을까 싶다. 맨 왼쪽의 고급을 등반하고 그 옆 쪽의 드라이툴링을 해볼 때 까지는. 민호형께서는 가래비가 낮고 쉬운곳이라고 하셨지만 내게는 그 이상이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즈음 민호형께서 다음지도를 펴서 친절히 버스타는 곳을 알려주셨지만 버스 내리는 곳과 빙장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 걸어갈 지 택시를 탈 지, 택시를 타면 행선지를 어디로 잡을 지 몇 십분을 다음지도 앞에서 끙끙거렸던 기억이 난다.
 힘들게 찾아와서 처음 배운 빙벽이었다. 그리고 뭔가 빙벽이 내게 맞는다는 직감을 가진 날이었다. 이 모든 것이 가래비에서 생겼으니 애정이 없을 리 없다.

감사하게도 민호형, 주미누나, 기석형께서 오셨다.
이 날은 정말정말로 추웠다. 민호형의 언급을 인용하자면 히말라야 6000미터보다 추웠다. 따라서 불행 중 다행으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래비 통틀어 우리가 도착했을 때 줄이 한 개 깔려 있었다. 우리가 목적으로 삼은 초급코스는 줄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 줄만 깔아놓고 실컷 등반할 수 있었다.

이 날의 초특급은 기석형의 오뎅탕이었다. 내가 산에 먹은 음식 중에 정말 잊지 못하는 음식이 하나 있었는데 1학년 첫 지리산 등반 때 광연형께서 가지고 오신 후르츠 칵테일이었다.
그것과 동급이었다.
내 생애 이렇게 맛있는 오뎅은 역사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잘 모르나 기석형과 주미누나 말씀으로는 기석형이 민호형께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신다.
 그러나 우리 재학생은 항상 기석형을 떠받들고 있으므로 아무래도 좋다. 기석형은 재학생이 오셔달라고 하면 정말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오려고 해주신다. 산에 와달라고 해도 와주신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뭔가 해주시려고 하신다. 기석형에게 항상 선배의 덕을 배워간다. 그건 뭐, 혁중형에게도 항상 마찬가지다.

아무튼 이렇게 호화로운(?) 식량상황으로 재미있게 등반을 했다.
민호형께서 내 자세를 지적해 주셨다. 이제야 내 문제가 뭔지 알게 되었다. 익숙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자세가 반쯤은 안되어 있었던 것이다.
민호형께 자세 교습을 받고 나니 나의 자세는 훨씬 안정된 느낌이었다.
몸도 안 좋으신데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주미누나는 정말로 등반을 잘하신다. 나도 졸업해도 저렇게 빙벽을 해야 할 텐데 싶었다.

한참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크램폰이 덜렁거린다. 봤더니 신고왔던 플라스틱 이중화 밑바닥이 쪼개져 있었다. 수명이 다되었나 보다.
 이제 등반 못하는가 싶었더니 민호형께서 내 발사이즈를 물어보시더니 주미누나께 신발을 벗으라 명령하신다. 작을 것 같아 기석형과 내가 우려를 하였으나 다행이 맞는다. 그런데 발이 좀 아프다.

 하지만 이것은 전화위복이었다. 난 페츨의 최강 엠텐을 끼고 등반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꼈던 연맹 동계 갔을 때 형들이 오랜만에 보는 빨래판이라고 신기해 하던 크램폰은 어느정도 각이 90도 가까이 선 빙벽에서는 프론트가 찍히는 것만으로는 불안정 하고 조금 파내어 자리를 만들고 일어서야 안정적인데 주미누나의 크램폰은 ‘척’하고 찍으면 안정감있다. 순간 스포츠클라이밍 하는 줄 알았다. 손이 무지하게 시렵고 신발이 좀 작아 발이 저리게 아픈 것 빼고는 하나도 힘들지 않게 가래비 초급벽을 완등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기쁘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신발 사이즈가 한 치수만 더 컸어도 더 등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옆에 중급벽에서 등반하시는 선배님들께 양해를 구해 중급벽 등반도 로프를 빌려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발이 너무 아픈 관계로 아쉽게 나는 등반완료. 그러나 혁중형은 계속 열심히. 열심히는 혁중형에게서 항상 보이는 삶의 스타일이다. 정말 본보기되는 선배이다.

민호형께서는 아프신 와중에도 얼음에서 붕붕 날아다니신다. 역시 “빙벽을 하면 민호형을 초빙해야지.”하고 재학생 커뮤니티에서 말이 나올만 하다. 정말 신기하다.
 너무 추운 관계로 등반을 2시 반쯤 마무리하고 혜화로 와서 가볍게 한잔하며 저녁을 먹는다.
민호형의 말씀은 역시 진리이다.
-빙벽이 가장 잘 느는 비결은 자기장비를 갖추는 것이다. 빙벽은 장비의 등반이기 때문에 장비에 얼마나 적응이 되느냐에 따라서 실력이 향상된다. 나는 1학년 때부터 장비를 사서 썼다. 2학년때는 빙벽장비를 다 갖췄다. 그 때 직선샤프트를 쓰면서 한번도 손등을 얼음이 찧은 적이 없다. 내 장비에 완전히 적응해 요령을 알았기 때문이다.

조금 부끄러운 말이었다. 솔직히 요즘은 워낙 학생들이 살기 힘들기 때문에 1학년 정도는 공용장비를 쓰는 것이나 학년이 들면 자신을 위해서 장비를 갖춰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돌아봤을 때 내 개인장비는 하네스, 암벽화, 옷, 등산화 정도인 것 같다. 암벽등반으로는 이정도도 충분하겠지만 빙벽장비는 하나도 없다.
혁중형은 신발정도는 장만하셨는데 나도 얼른 신발과 크램폰을 구비해야겠다. 맨처음에는 바일이 우선이었는데 겪어보니 발에 안정감이 있으면 바일은 찍기 나름이다.
 바일은 졸업하기 전까지 트랑고 17만원 상당의 것을 사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서 졸업할 때 기증해야겠다. 그래야 나중에 후배들이 자기 장비 사더라도 신형장비에 적응이 빨리 될 것이다.
 나는 민호형께서 사용하셨던 바이퍼급을 장착하고 말이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밥도 먹고 헤어질 시간인데 민호형께서 자꾸 자세히 못 가르쳐줘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미안하신지 모르겠다. 몸이 아프신데도 오셨고 자세교정 해주셨고 코오롱등산학교 강사급의 실전 빙벽을 몸소 보여주셨다. 이정도면 재학생 입장에서는 과분한데도 자꾸 미안하다고 하신다. 오히려 내가 민호형께서 가르쳐 주신데로 충실히 하지 못해 민호형께서 당신이 잘 못가르친 것이 아닌가 자책하시는 느낌도 들어오히려 죄송했다.

 덧붙여 쓰자면 난 정말 민호형을 존경한다. 등반을 잘하셔서가 아니다. 재학생 때 엄청나게 노력하셔서도 아니다. 이것은 본받아야 할 부분이지만 재학생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고 존경스러운 것은 자기를 손해보더라도 재학생이 부른다면 자기 상황 내에서 최선을 다해 달려와 주시는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그리고 그 배려는 재학생에게 끊임없이 가르침과 교훈이 되고 자기 자신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졸업생이 되면 재학생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난 산악부에서 무엇인가? 이 고민을 군대에서 많이 해보았다. 산악부가 나에게 잘 맞지 않는 지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산을 좋아하는 것 뿐이라면 더 이상 대학산악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나라에 이제 산악회는 엄청나게 많다. 사람이 좋은 것이라면 더 이상 대학산악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 많은 동아리는 많고도 많다.
 하지만 나는 스포츠클라이밍 때문에 산악부에 들었다가 지금은 스포츠클라이밍보다 산이 너무 좋다. 계절마다 해마다 또다른 생성으로 충만한 산이 너무 좋다. 하나라도 더 많은 대학생들이 이 좋은 걸 알면 정말 대학생이 살기 힘든 지금 이 시대도 더 잘 극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그런 면에서 난 산악부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악부라는 공동체에서 후배들을 여러모로 챙기며 산을 통해 같이 알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무엇보다도 산을 알아가는 것은 산악부 전통에서 가장 귀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리라는 것이 아니고 지금 내가 산악부 일원으로서 가지는 나만의 신념이다. 현대 알피니즘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는 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니까, 내 모든 전인격(全人格)적 모습이 산과 합일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보면 등반사조는 잘 모르겠지만 직관적으로 현대 등반사조인 머메리즘 역시 알피니즘의 파생적 사조라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대학생으로서 산을 사랑하며 그러한 산을 오르는 행위를 기뻐하며 산을 알고자 하는 것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전통과 명예를 존중하며 알피니즘에 입각한 등반이다.

이것을 더 많은 대학생과 공유하고 싶다면? 후배들에게 이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다면? 내가 그들에게 뭔가 배움이 되는 선배가 되어야 한다. 기석형처럼 끊임없이 후배를 격려해 주시든지, 주미누나처럼 장비의 측면에서 큰 힘이 되든지, 민호형 처럼 등반 자체에 있어 큰 힘이 되던지.
 사회에 나가서 어떤 선배가 되든 재학생으로서 기본적으로 꿈꿔야 되는 미래는 등반에서 가르침이 되는 선배이다.
 나는 짐을 혁중형보다 잘 지지 못한다. 고소공포증이 심해 멀티피치에서 선등을 서지 못하고 피치가 올라갈 수록 등반을 못한다.
 앞으로 산을 더 배워가며 향상시키고 싶은 부분이지만 내 단점임엔 분명하다. 재능있는 부분을 특화시키며 단점을 커버하며 내가 재미있는 등반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재학생 끝나는 날까지 등반을 재미있게 하려면 그래야 되기도 한다.

 나는 특별한 시도를 많이 했다. 정보가 별로 없는 산을 종주하길 시도해 보기도 했고 더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다양한 암장을 알아보았다. 내가 임시주장을 정말로 못했지만 그래도 뭐하나 꼽으라면 불암산 한성대 학도암장에서 교육을 시도한 것이다. 아무도 생각을 안했기에 내가 잘한 것이라 그래도 위안삼아주고 싶다.
 나는 재학생 중에 가장 스포츠클라이밍을 잘한다. 그리고 빙벽을 하면 할수록 스포츠클라이밍을 열심히 할수록 빙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재학생 중 상대적으로 빙벽에 재능이 있는 셈일 수 있다.

“빙벽을 하려면 민호형을 초빙해야지.”
“등반지식은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인 민호형이나 석재형께 물어봐야지.”
“장비에 관해서는 민호형께 물어봐야지.”
10년 뒤에는
“빙벽을 하려면 형용형을 불러야지.”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려면 형용형을 불러야지.”
“새로운 산에 가고 싶으면 형용형께 물어봐야지.”
이렇게 되고 싶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좀더 산을 공부하고 졸업해서도 틈날 때마다 산을 여러 모로 즐겨야지 될 수 있는 희망사항일 것이다. 또한 후배들이 오셔달라고 하면 항상 시간을 내려고 하시는 민호형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정도는 굳이 민호형처럼 등산학교 강사만큼이나 특출나지 않아도 가져볼만한 희망 아닐까.
이런 면에서 민호형을 정말 큰 모델이 된다. 항상 감사하다. 재학생에게 민호형의 충고한마디, 한마디는 100% 재학생의 지향이 된다.

나머지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형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인수봉 취나드 B를 가려면 혁중형을 불러야지. 형 한 번만 선등서서 가르쳐 주세요!”
“장비가 고장났네? 용준형께 물어봐야지.”
이런 식으로. 그리고 이런 희망사항들을 혁중형과 내가 주고 받던 중 혁중형이 말했다.
“그렇게 재학생들이 깔아달라 하면 줄 깔아야지. 줄 깔테니까 너 오라고 하면 와야된다.”

취나드 B 3피치 트레버스에서 무서워 달달 거리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이더라도 기쁘게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행복한 등반이었고, 나를 돌아보게 하고, 행복한 상상을 혁중형과 공유할 수 있는 날이었다.

김혁중 11-01-18 22:59
 
꼭 ㅋㅋㅋ 내일안에 올립니당. 아 ㅈㅅㅈㅅㅈㅅ
51기 김민… 11-01-22 17:41
 
빙벽 재밌었겠다 ㅜㅜ..가끔 뉴스에서 나오는 거 보면 가보고 싶네ㅋㅋ 암튼 안에 있어서 자주 못가서 미안하고 재밌는 등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