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8-26 21:07
축축한 방과 먼지낀 내 어택
 글쓴이 : 김혁중
조회 : 2,618  
(한 토막의 자전적 글이라 경어체로 쓰지 않겠습니다.)

내일이면 설악.

오랜만에 가보는 설악.
지금도 가만히 눈을 감으면 그 곳에 있는 듯, 어서 보고 싶은 설악.

몇일 간 내린 비가 오전 내내 이어진다.
몇일 간 차오른 습기가 방에 조금씩 스며든다.
축축한 방이 내가 1학년때 질게 지어놓은 그 밥마냥

눅눅하다.

비 소리는 따갑게 땅을 꼬집는데 산악부실은 고요하기만 하다.
카라비너 부딪히는 쇳소리에도 산악부실은 고요기만 하다.
짐이 가득 찬 어택이 땅을 치는 그 소리에도 산악부실은 너무 고요하기만 하다.

주인을 기다리며
사람도 쥐도 바람도 설악도 오지 않는 쓸쓸한 부실에서 나를 기다린
먼지낀 내 어택.

메뚜라기 우는 소리에도 내 방은 고요하기만 하다.
카라비너 부딪히는 쇳소리에도 내 방은 고요기만 하다.
짐이 가득 찬 어택이 땅을 치는 그 소리에도 내 방은 너무 고요하기만 하다.

축축한 방에 먼지낀 내 어택을 내려 놓는다.

눈을 감는다.

시원한 바람이 대청봉에서 불어온다.
경쾌한 물줄기가 천불동계곡을 타고 내려간다.
돌고 도는 술잔이 쓸쓸함을 쓸어간다.

축축한 내 방이 내 어택의 먼지를 닦아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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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그냥 혼자 짐 싸니까 좀 쓸쓸하더군요. 그 쓸쓸한 마음을 표현해봤습니다.
설악을 기다리며 외로움을 달래는 화자의 참 쓸쓸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어서 OB형들 뵙고 설악산도 보고 싶다는 그런 의미로 썼습니다.

김기석 10-08-27 12:53
 
  ㅎㅎ 역시 혁중이의 글은 재밌고 감성적이구나.
나도 오늘 설악으로 출발이다.
Gingkoh 10-09-02 00:05
 
  감성의 깊이를 느끼며  한번씩 낭송합니다. 
그때 마다  30여년전 내안의  혁중을 시나브로 떠올리고 있습니다.
박명흠 10-09-02 23:22
 
  영국에 있는 동안 세익스피어 후손을 만난 것은 아닌지?
38곽 10-09-03 10:36
 
  세익스피어가 영국 사람인지 묻고 싶은 1인...문학,예술은 전혀 모름 ;;
김혁중 10-09-04 18:00
 
  좋은 평가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