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1-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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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형용
 조회 : 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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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후기와 그 느낌 적는게 분량이 좀 있는 거 같아 나눠 올립니다..
연맹동계 후기
1월 18일
아침에 부실에서 모여 출발을 하기로 했다. 그저께 걸린 감기가 낫지 않아 찜찜하지만 일단 짐은 거의 정비해 놓았고 예약해 놓은 오후 3시 40분 차에 맞추어 2시 30분 정도에 출발하면 된다. 진환이 약간 늦게 왔지만 순조롭게 준비가 되었다. 동계에서 식량은 각자 조별로 챙겨 오는 것이라 같은 학교라도 준비할 내역이 다 다르다. 그런데 진환의 조에서 아직도 진환에게 준비해야할 내역을 보내지 않아 연맹에 연락을 했다. 알아서 개인이 먹을 것을 챙겨오란다. 조금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명은 라면 가지고 오고, 한 명은 쌀과 닭을, 한 명은 떡국 떡과 즉석국을 가지고 오면 즉석국에 닭과 라면, 떡을 넣어 밥과 먹을 생각인가, 아무튼 자기가 먹을 것을 아무거나 가지고 오라 하니 일단 속초에서 내가 가져가야할 목록과 진환의 구매내역을 대충 맞출 생각이었다. 도착하니 7시이다. 예상보다 한 20분 늦다. 쇼핑이 조금 늦으면 비선대에 10시까지 시간 맞춰 못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식사시간은 생각을 못했던 때라 그래도 잘 맞추어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물건들 찾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려서 시간을 못 맞췄고 저녁밥도 못먹어 라면과 김밥을 부비처리 해서 먹고 나니 아무래도 비선대에 10시까지는 무리이다. 힘내서 버스타고 도착하니 역시 10시 40분 쯤이고 많은 학교 학생들이 들어와 있다. 다음 부터는 2시간 넉넉잡고 가야할 것이다. 아무튼 조별로 사람을 맞춘 다음 개인 짐을 정리해 잠에 들었다. 건국대 두진형이 조장인데 친척형을 닮아 이미지가 친근하다.
1월 19일
5시에 일어났다. 전날 5시 기상에 5분까지 모이라고 해서 3분만에 준비를 마치고 내려가려는 데 아무도 나가려는 사람이 없어 뻘쭘하다. 더더군다나 고학번 형들은 주섬주섬 그때서야 챙기고 계신다. 남자들밖에 없으니 완전 군대느낌이 나고 난 갓 일병이 된 사람같다. 아직 군대에 안 갔지만 그럴 것 같다. 이병역할인 신입들은 선배들 시킨 일 따까리 짓 하느라 정신없다. 아무튼 그렇게 다 집합하고 나니 5시 23분이다. 늦었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조금 한다. 다음부터 늦지 말라니 모두 “예 알겠습니다!”일제히 외친다. 완전 군대느낌이라서 암울하다. 4개월 남았는데...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다. 프렌치 테크닉을 배운다고 하는데 옆에서 광운대 승태형이 오늘 허벅지 터질 각오 하라고 하신다. 도대체 프렌치 테크닉이 뭔가 싶다. 민호형께서 소개해 주신 코오롱등산학교 빙벽강좌 동영상에서도 본 적이 없다. 장비는 아이스 바일을 쓰지 않고 피켈하나만 가지고 오라고 한다. 피켈을 지팡이처럼 쓰고 올라가는 것이라고 짐작은 가는데 허벅지가 터진다... 별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피켈을 챙겨서 가는데 건대 형을 비롯해서 몇 분의 형이 언제적 물건인지 신기해 하신다. 쓸 수는 있나 의아해 하시기도 했다.
2시간 정도의 어프로치 끝에 완만한 빙벽에 도착한다. 피켈을 쓰지 않아도 아이젠 앞꼭지로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앞꼭지를 쓰지 않고 오로지 발바닥에 있는 아이젠 이빨만 사용해서 오른다고 한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오는데, 대표강사이신 영훈형 말씀이 아이젠 바닥을 잘 사용하고 이 훈련을 통해 어느 상황에서도 아이젠을 신고 자세를 잡았을 때 발을 11자로 할 수 있어야지 만이 탄탄한 기본을 갖추었다 말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감은 잘 안 오지만 일단 중요하다 하니 열심히 하기로 한다.
일단 명칭을 배우는 데 조금 어렵다. 내가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기는 해도 별로 알아들을 만 한 것이 없다. 일단 피켈은 삐올레이다. 그레서 삐올레 깐느 등의 다양한 명칭이 나오고 발을 디디는 법은 프랑스어로 발이라고 하는 삐에에다가 영어로 flat을 프랑스어화 시킨 쁠라를 붙여 삐에다 쁠라(pied a plat)라고 한다. 프랑스어는 영어 처럼 납작한 발 이라는 형용사와 명사의 조합을 flat feet 처럼 표현 하는 것이 아니고 보통 관사 a나 en을 통해 형용사가 뒤에서 명사를 수식한다. 따라서 발을 평평하게 하는 기술 즉 ‘평평한 발’이라는 뜻의 삐에 다쁠라라는 이름이 나온 것이다. 삐에 다 쁠라는 원래 알던 프랑스어가 조합되어 반가웠는데 나머지는 내가 모르는 어휘여서 그 어원이 궁금했다.
아무튼 용어에 대한 언급은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기술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정말 영훈형께서 말씀하신 프랑스 등반처럼 발기술이 현란하고 다양하며 아름다웠다. 아이젠 기술이 이 프렌치 테크닉에서 출발했다고 하니 빙벽을 배울 때 프렌치 테크닉 먼저 배우는 것은 당연한 듯 했다. 그래서 굉장히 나름 열심히 했다. ‘아이젠 꽝꽝’이라는 구호를 붙여가며 열심히 하는데 관동대 이형모 형께서 목소리 우렁차다고 칭찬해 주신다. 고등학교 때 성악을 배웠던 것이 뜻하지 않게 여기서 빛을 발한다. 그래서 아이젠 꽝꽝 구호를 시작할 때 형모형은 어김없이 시범조교로 나를 시키셨다. 그래서 그 날 결국 목이 쉬기도 했다.
그렇지만 목소리가 큰 사실을 차치해도 난 옆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피켈을 앞으로 들었다가 두손으로 들었다가 하는 프렌치 테크닉이 너무 재미있어서 무지 열심히 했다. 난 오름짓을 할 때 허벅지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좋다. 그런데 그런 느낌이 계속되면 알이 배겨 버린다. 난 근지구력이 약한 지 짐이 많지 않아도 2박을 넘게 걸으면 바로 알이 배긴다. 하지만 이 날은 2박 넘게 걸을 리가 없기에 그저 허벅지가 땡겨오며 따뜻해지는 느낌을 즐기며 열심히 했다. 그리고 아이젠이 착,착 박히는 소리가 너무 경쾌하고 좋다. 그래서 남들보다 체력은 두 배 정도 더 쓴 거 같아 지금 생각하면 과유불급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날 밤 감기가 심해져 장비정리도 같이 못하고 몸살에 덜덜 떨며 남들보다 한 세시간은 훨씬 일찍 취침에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몸살기가 심해진 것은 내가 열심히 한 이유는 아주 부차적인 것이다. 훈련하다가 쉴 때 많이 추울 것 같아서 옷을 한 5겹은 껴 입었다. 그 날 기온이 높지 않아 운동하던 나의 몸은 금방 열로 덥혀 졌고 그래서 상당히 더워졌지만 내가 옷을 벗는 다는 핑계로 훈련에서 몇 초라도 열외된 상태로 있기가 눈치 보여서 땀이 나던 상태로 계속 운동했고 거기에 하산길에 났던 땀이 옷을 3겹이나 적셔서 산장에 도착해서 조금 가만히 있으니 무지 추웠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기가 귀찮아서 밥하는 것을 도우며 한 한시간 그렇게 있으니 갑자기 기침이 조금씩 나고 좀 아니다 싶어 옷을 갈아입고 다운자켓을 걸쳐도 계속 몸이 떨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용인대 동기 이찬이가 준 약이 말을 잘 들어 다음날 아무 이상 없이 등반을 하기는 했지만 남들보다 먼저 침낭 안에 누웠을 때 정말 본격 빙벽등반인 다음날 등반을 못할 정도로 낫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힘든 등반 마치고 남들은 다 공용장비, 개인장비를 정리하고 있는데 혼자 자고 있는 나 자신이 더 눈치가 보여 앞으로는 조금 눈치가 보이더라도 옷을 벗었다가 입었다가 하는 것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렇지만 정말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형모형이 날 어느 정도 인정해 주셨다는 것이다. 눕기 직전에 나를 부르셔서 운행할 때 옷을 춥게 입고 대신 여벌의 장갑과 옷을 여러벌 준비해서 그때 그때 입었다 벗엇다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동시에 ‘오늘 너의 아이젠 꽝꽝은 누구보다 짱이었다’며 치켜올려 주셨다. 감사한 동시에 죄송한 대목이었다.
20일
아침에 일어나 몸이 매우 개운했다. 하지만 밤새 군복을 입고 빙벽을 하는 꿈을 꿨는데, 군대 갈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꿈을 꿨다는 사실이 찜찜했다. 하지만 오늘 등반은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 같아 기쁘다. K, S, A, F 이렇게 네 조로 나뉘어져 등반을 했는데 S, A조는 형제폭으로 가고 K, F조는 두 줄기 폭으로 간다고 한다. S, A조에서 스테프를 하기로 하신 한양대 은혜누나가 형제폭으로 간다니 무지 좋아하신다. 그 이유를 어프로치 하면서 알았는데 비선대에서 두 줄기 폭으로 가는 어프로치는 무려 세 시간 십분이 걸렸다. 대표강사 영훈형께서 이끌어 주셔서 그 정도 였지 그냥 학교 재학생들끼리 갔으면 네 시간도 넘었을 지 모른다. 아무튼 어프로치 중간에 아이젠도 차고 하면서 힘들게 힘들게 어프로치를 했다. 두 줄기 폭은 조금 완경사 진 쉬운 구간이 두 구간 있고 그 다음부터 진정한 수직폭으로 들어선다. 본격적인 빙벽등반을 또 배울 것을 생각하니 두근거린다. 하지만 어프로치가 길었고 또 내려가는 길도 길 것이기 때문에 많이 못할 것 같아서 아쉬웠다. 대표강사 영훈형께서 오늘은 지그재그 바디를 가르쳐 주셨다. 이미 어느 정도 동영상에서 보았지만 실제로 요령도 배우고 하니 훨씬 자세하다. 손은 N바디, 발은 X바디로 축약이 되는데 굉장히 박자가 경쾌하다. 일단 완경사 폭에서 자세를 연습했다. 그런데 이 날은 날이 무지 따뜻해서 폭에서 물이 줄줄 흘러 내렸는데 그래서 장갑이 빙벽에 붙자마자 젖었다. 물은 기온보다 차가웠다. 얼음에서 붙어 내려오는 것이니 무지 차가웠을 것이다. 차가운 물이 계속 손을 씻고가 손이 무지 시려웠는데 그래도 가래비에서 얇은 장갑끼고 빙벽하던 만큼은 시렵지 않아 다행이었다. 가래비에서는 아예 장갑이 딱딱하게 얼은 지경 이었는데 이건 그래도 바일이 쥐어지고 조금 아픈 정도이다. 건대 두진형도 한 피치하고 내려오시면서 무지 차갑다고 얼얼해 하신다.
하지만 두 줄기 폭의 세 구간에서 완경사로 볼 수 있는 두 구간은 너무 완경사라서 기술을 써먹더라도 써먹은 것이 아니다. 진정한 기술과 실력은 마지막의 수직 구간에서 나올 것이다. 그런데 광운대 승태형과 경일대 관재형께서 톱로핑 준비를 하시는 데에 꽤 걸려 모든 인원이 다 수직구간까지 등반할 시간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난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무조건 수직에 붙고자 초스피드를 내어 갔다 맨처음에는 가르쳐 주신 지그재그 바디를 쓰다가 나중에는 N바디와 지그재그 바디를 함께 쓰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갔다. 이대로 완경사만 하고 내려가기에는 지금까지 암장운동과 턱걸이, 악력기를 해온 노력이 아깝다. 나름 되게 빨리 올라왔다. 손이 계속 머리 위에 있어 피가 잘 가지 않아 손이 시려운 것 빼고는 펌핑도 없다. 손 한 번 털고 수직구간에 바일을 두 개 박았는데 내려오라고 하신다. 분하다. 아까 빌레이어를 찾기에 자원해서 빌레이를 봤는데 그것만 자원하지 않았더라면 수직구간에 붙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 재밌게 하고 싶었는데, 토요일에 형제폭으로 바꿔 한다고 하지만 난 그 때 이 연맹동계에 없을 것이다. 너무 슬프다. 형제폭은 바로 수직폭으로 시작한다는데 왜 하필 우리 조가 두 줄기 폭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한다. 내려오면서 생각해 보면 빙벽은 암벽보다 재미있는 것 같다. 암벽은 너무 조용하다. 난 고소공포증이 심한데, 선배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냥 무서운 정도가 아니라 4층 정도의 높이라도 아래를 쳐다보면 머리가 띵해서 균형을 잘 못 잡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용히 올라가는 암벽은 은근히 내 공포증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빙벽은 아이젠 박히는 소리가 박자와 리듬이 생기면 거기에 더 집중하게 되어서 아래에 주목하는 습관을 거의 없애다 시피 줄인다. 그래서 빙벽은 돈이 많이 들고 빙질을 잘 확인하지 못하면 위험해서 그렇지 암벽보다 매력적인 면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암벽을 연습하려면 작은 홀드에 대한 훈련이 필요한데 그것은 철봉을 이용한 턱걸이와 악력기로 해결할 수 없는 한 편 빙벽은 악력기와 철봉 턱걸이를 통해 대비할 수가 있어 짬짬이로 준비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오지랖이 넓어 이리저리 바쁜 나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매력이다.
그렇기에 내려오면서 2월에 반드시 더 운동해서 제대로 빙벽을 해보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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