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11-27 19:25
11/21 첫눈이 내린 고독길에 다녀와서
 글쓴이 : 51기 김민…
조회 : 2,770  

연맹 11월 정기산행 - 북한산
 

1.대상지 : 북한산 인수봉

2.일자 : 2009년 11월 21일 (토)

3.등반자 :
*OB : 부경대 76학번 김광수 (광수형 형수님 동반)
명지대 85학번 정우창
경기대 89학번 성영식
서강대 89학번 김승준
중앙대 89학번 박의철
건국대 89학번 임창환
*YB : 성균관대 09학번 김민성
이상 총 8명,

-비고 : 89학번 선배님들은 대학산악연맹에서 주최하는 정기산행으로 온 것은 아니고 89학번 20주년 기념등반에 오신
            것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등반했기에 명단에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1인칭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7AM. 나는 성대 산악부실 소파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왜냐하면 전날 성대 산악부 50주년 행사가 끝나고 술을 마시니 새벽3시여서, 집에 갔다가 인수를 가면 잘 시간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짐들을 다시 확인하고 나의 잠자리(?)를 정리한 후 우이동으로 출발했다. 부실에서 나오니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땅이 약간 젖어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순간에도 ‘아~ 오늘 등반은 좀 축축(?)하겠구나’하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멀리서부터 북한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근데 내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왠지 인수봉이 하얗게 보였다. 혜화에서는 비가 내렸었기에 차마 눈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점차 우이동 종점에 가까워질수록 인수봉이 그날따라 하얗게 보인 것은 느낌이 아니라 눈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과 동시에 ‘오늘 등반이 쉽지 않겠다.’ 라거나 ‘아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 등반 취소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9AM. 정각에 우이동 종점에 도착한 나는 김밥 두 줄을 사고, 오늘 같이 등반하기로 했던 명지대OB 우창이 형께 전화했다. 형과 만나서 어떤 음식점(올라갈 때 내려갈 때 두 번 갔지만,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에 들어갔는데 그 곳엔 89학번 OB형들이 계셨다. 연맹 정기산행에 오신 것은 아니고 89학번 20주년 기념등반에 오셨단다. 허럴..난 89년도에 태어났는데 20주년 등반에 오셨다니.. 참 세월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아침을 먹지 않은 나를 위해서 우창이 형이 국수를 시켜주셨고, 동시에 막걸리도 시켰다. 아직 도착하시지 않은 부경대OB 광수형과 89학번 형을 기다린다는 미명하에 막걸리나 한잔 하면서 기다리자 뭐 이런 것이었다. 나는 전날에 술을 조금 먹은 관계로 많이 먹지는 않았다.

    코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중 나는 눈이 오면 어떤 지 잘 몰랐기에 철없이 취나드B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형님들의 약간의 비웃음;;?을 입가에 띄시며, 눈이 오면 갈 수 있는 곳은 고독밖에 없단다. 그러나 나는 평소에 갔었던 고독을 생각하고, 오늘 등반은 무난하게 가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몇시간 뒤 바위에 붙은 다음부터 바뀌었다. 아무튼 조금 있다가 광수형과 형수님이 도착하셨다.

    그렇게 간단히 요기를 하고 광수형과 형수님 우창이형은 광수형 차를 타고 올라가고 나는 89학번 형들3명과 택시를 타고 올라갔다. 그렇게 올라가서 도선사 주차장에서 다시 집합한 다음 인수봉을 향해 출발했다. 인수봉을 향해 걷는데 생각보다 멀리서 본 것과 다르게 눈이 꽤 쌓여 있었다. 나의 고향이 부산인 관계로 눈을 자주 볼 수도 없거니와, 눈이 올 때의 산은 아예 처음 걸어보는 것이었기에 최대한 조심해서 걸었다.

    걸어걸어 도착한 하루재에서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나는 이전까지는 그 곳이 그냥 이름 없는 쉼터인줄로만 알았는데, 형들이 이곳은 하루재라고 불리는 곳이라 말했다. 하루재란 이름은 옛날에 미아인가 수유인가 그 곳에서 이 지점까지 오는데 하루가 걸린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형님들 중 한분은 우이동에서 미친 듯이 술을 마시고 기어서 올라오면 하루 걸린다고 해서 하루재라는 조크도 해주셨다..ㅋㅋ 뜬금없이 왠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왜일까;;ㅋㅋ 아무튼 적당히 휴식하고 인수를 향해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야영장에서 고독길로 어프로치를 하는데 눈 때문에 바닥이 너무 미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거의 네 발로 기듯이 걸어서 올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고독 초입, 그 곳엔 벌써 한 팀이 붙어있었다. 형들과는 안면이 좀 있는 분이신 듯 마지막 등반자가 형들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 먼저 올라가셨다. 우리는 등반 세팅을 했다. 발이 너무 시렵기도 해서 처음에는 암벽화를 신지 않고 출발했다. 우창이 형이 먼저 선등하시고 형수님, 광수형, 그리고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갔는데, 내가 오를 때는 평상시의 고독을 생각하고 오르다가 눈을 밟고 미끄러지는 수모를 당했다. 또 맨손으로 등반을 하는데 크랙 사이에 눈이 끼어있고 무언가를 잡고자 할 때마다 눈이 쌓여 있어서 손이 너무 시려웠다. 내가 등반을 마치자 바로 다음에는 어떤 동호회(?)사람들이 따라붙고 89학번 형들이 그 다음으로 오셨다.

    첫 피치가 끝나고 두 번째 피치에 가니 그 곳은 눈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앞 팀 사람들이 가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첫번째 피치에서 미끄러진 것을 생각하곤 암벽화로 갈아 신고 있었는데 그 때 바로 옆에서 어떤 누님(실제 나이는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89학번보다 위였던 것 같다)이 2~3m가량 쭉 미끄러졌다. ㅎㄷㄷ..저 누님은 등반을 잘 하시는 것 같은데 저렇게 미끄러지다니..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ㅜㅜ.. 그 장면을 같이 보고 있던 광수형 형수님도 저런 고수도 미끄러지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냐고(왜냐하면 형수님은 이번이 첫 바위였기 때문이다.) 하강하자고 하셨다. 사실 나도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앞에 팀이 우여곡절 끝에 다 올라갔고 우창이형이 올라가려고 했는데, 뒤에 동호회 팀 선등자가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 해서 먼저 올라가게 뒀다. 그 다음 우창이형이 올라가셨다. 캠을 회수해야 했기에 내가 두번째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동호회 사람들 쪽이 시끄럽다. 처음 바위에 오신 어머님이 계셨는데 도저히 못가겠다고 그래서 내려가야 하나 말아야하나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 유마로 등반을 하느니 그런 얘기가 오가고 있었다. 결국 그 팀은 하강하기로 결정했고 동호회팀 선등자가 내려오고 나는 출발했다. 평상시에 이곳은 발 홀드가 괜찮고 크랙들 모두 괜찮은데, 눈이 왔다가 녹고 다시 얼면서 매우 미끄러웠다.. 그래서 발에 하중을 실으면 미끌어질 것 같아서 크랙을 뜯는 팔에 힘을 많이 실었다. 그렇게 계속 오르는데 잡는 홀드마다 눈이 쌓여있어서 나는 손을 입김으로 녹이면서 올라가야했다. 이곳을 오른 뒤 빌레이를 보는데 우창이형이 여기는 탱탱하게 빌레이를 보라고 하신다. 그래서 처음으로 8자하강기와 유마로 같이 빌레이를 봤다.

    세번째 피치에 갔는데 우창이형이 우회로로 올라가고 계셨다. 전에는 직상 루트를 가봐서 이 우회로 루트는 나에게 신선한(?) 루트였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마지막으로 올라갔는데, 손이 시려웠던 것을 제외하곤 전원이 무리 없이 올라갔다.

    네번째 피치에서는 우리팀과 89학번 형들이 합류했다. 원래는 크랙을 뜯으며 직상하는 코스인데 89학번 형들이 우측으로 우회하시려는 눈치다. 우측은 처음에는 올라가기 편하지만 마지막에 본 코스로 합류할 때 슬랩 아니 거의 직벽(각도가 얼핏 보기로 85도 정도는 돼 보이는)이라서 매우 힘든 코스-내가 처음 고독을 갔을 때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도 이 길로 왔다가 전원이 애먹은 기억이 있다-이다. 나는 그 코스의 무서움을 알기에 오른쪽 코스는 힘드니 그냥 크랙으로 올라오시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올라갔다. 평소 때라면 크랙을 뜯고 올라갔을 텐데, 눈이 와서 그런지 크랙이 눈으로 가득 차있다. 그래도 크랙을 안 뜯을 순 없기에 살짝 손을 넣고 올라왔다. 그러다가 위에 거의 다 도착해서는 짜증나서 그냥 슬랩 올라가듯이 올라가버렸다. 그냥 애초부터 슬랩방식으로 올라갈 껄 하는 후회도 약간 들었다. 다음으로 내가 빌레이를 보는데 89학번 형 중 한분이 기어코 우회로로 올라오신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 문제의 벽에서 멈춰 서셨다. 아니나 다를까 “막내야 자일 많이 당겨라”, 그말을 듣고 내가 자일을 엄청 당겼다. 그래서 한 스텝을 올리시더니 약간은 가쁘게 올라오셨다. 두번째 세번째 형은 그냥 직상하셨는데 마지막 형은 기어코 우회로로 오신다.

    그렇게 모두 올라온 후 보니 광수형이 5번째 피치에 붙으셨다. 계단처럼 되어있어서 그런지 별 무리 없이 오르시는데 마지막쯤에서 약간 버벅되신다. 형수님이 올라가시고 나도 올라갔다. 처음에는 별로 어렵지 않게 올라갔는데 나중에 위로 갔더니 발을 밟으려는 곳마다 얼음이 얼어있었다ㅎㄷㄷ..이 때도 아까의 경험을 살려 크랙을 뜯는 팔에 힘을 많이 주고 최대한 조심해서 올라왔다.

    다음으로 침니 구간을 올라야 하는데 형수님이 몇 번 미끄러지신다. 나는 정상으로 오를 때 다른 구간으로만 올라봐서 형수님의 모습을 보니 매우 걱정된다ㅠㅜ;; 형수님이 오르시고 내가 가려는데 암벽화를 신은 발이 아파온다. 평상시에도 자연바위 할 때는 신발이 좀 작아서 아픈데 눈을 밟고 물에 젖어서 그런지 동상이 걸린 듯 발이 너무 아프다. 이번 구간이 끝나면 갈아 신으리라 하고 붙었는데 바위에 붙는 자세가 왠지 오묘하다. 그러나 뒤에서 영식(경기대89)이 형이 가르쳐 주시는 데로 하니까 어느 정도 할만하다.

    그렇게 올라서 빌레이를 보고 재빠르게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데 아까 우리 앞에 가시던 팀 마지막 주자가 올라간다. 영자크랙에는 더더욱 눈이 많다. 마지막으로 올라가시는 누나가 머뭇머뭇 거리시다가 겨우 올라가서 크랙을 붙잡고 서 계시는데 위에서 ‘대기! 대기!’ 그런다. ㅋㅋㅋㅋ 크랙잡고 버티고 있는데 대기하라면 어쩌란거지;;ㅋㅋ그러다가 그분은 나중엔 결국 올라가셨다. 난 너무 발이 시려워서 신발을 갈아 신었는데 발이 약간 얼어있었다..ㅜㅜ

    아무튼 우리는 총 8명이라서 정상으로 올라가서 하강하면 날이 샐 것 같아서 그냥 인수A코스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인수A로 하강하면 세 번을 끊어서 하강해야했다. 첫번째 하강을 하고 두번째 하강까지 마치고 세번째로 내려가려 하는데 제일 처음에 하강하던 부분에서 자일을 빼다가 자일이 바위틈 어딘가 끼어버렸다. 그래서 우창이형은 남아계시고 나와 광수형 형수님 89학번 선배님 한분 이렇게 먼저 내려왔다. 밑에서 기다리는데 날은 점차 어두워지는데 위에서 내려올 기미가 안 보인다. 서울 시내를 바라보니 슬슬 야경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결국 해가 거의 완전히 질 무렵이 되서야 형들이 모든 일(?)을 끝마치고 내려오셨다. 일단 장비 정리는 내려가서 하기로 하고 하산했는데, 눈이 와서 그런지 내려가는 길에 두어번 정도 미끄러졌다(살짝 미끄러진 게 아니라 약간 날아가서 떨어질 정도;;). 눈이 미끄러운 것인지 부실에서 들고 온 신발 밑창이 다 닳은 건지..

    야영장을 지나 하루재를 넘어 도선사 주차장으로 내려오고 나서야 나는 마음을 어느 정도 놓을 수는 있었다. 도선사 주차장에서 우리는 각자의 장비를 챙기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우리는 우이동종점으로 내려와서 아까 올라가기 전에 들렀었던 국수집으로 가서 산행 뒤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제가 군대를 가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인수봉 정상에 오르고 싶어서 연맹 정기산행을 신청한 것인데, 우창이형이랑 저 빼곤 신청한 사람이 없어서 처음에는 취소되는 게 아닌가.. 혹은 나랑 둘만 올라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근데 다행히도 광수형과 형수님도 오셔서 등반을 할 수 있게 되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ㅋㅋ 인수봉 정상을 찍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눈이 온 날 바위를 했다는 것과, 인수A쪽으로 하강한 것 등 모두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당 ㅋㅋ 앞으로는 눈이 그냥 돌아가야겠어요;; 위험하다가 보단 손발이 너무 시려워서요 ㅜㅜ
    그리고 형 누님들.. 인사 못드리고 가서 죄송합니당.. 저는 09/12/1 해운대 53사단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서 11/9/22에 전역합니다! 전역할 때는 1학년 2학기에 복학하구요, 다녀와서 열심히하겠습니다ㅜㅜ
    이상 후기였습니다!!


박재홍 09-11-27 23:34
 
  섭섭하게도 군대에 가는구나..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돌아와라..
51기 김민… 09-11-28 23:56
 
  넵 잘 다녀오겠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