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9-07 15:56
9/5 인수봉 고독길 후기
 글쓴이 : 김혁중
조회 : 3,322  
일자 : 2009년 9월 5일 토요일
대원 : 김혁중(TOP - 06), 문오영(06), 김형용(08 - 1피치 끝나고 하강), 김민성(09), Vincent(프랑스인 교환학생)
대상지 : 인수봉(고독길)
날씨 : 습했으나 등반하기 좋은 날씨였음

어프로치
  오늘은 프랑스인 Vincent와 함께하는 특별한 산행이다. 어제 밤부터 어떻게 Vincent(프랑스 식으로 뷩셍? 봥샹? 으로 읽는것 같다. 우리는 그냥 편의상 빈센트라고 불렀다. 이하 빈센트로 표기)와 의사소통을 하면서 등반할지 고민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잤다. 막상 빈센트와 만나고보니 "climbing"을 "클라임빙"이라고 하는등 빈센트의 발음이 좀 낯설긴 하지만 그럭저럭 말이 잘 통해서 다행이었다.
  김밥을 사서 아스팔트길을 올라가는데 빈센트의 걸음이 너무 빠르다. 역시 백인이라 그런지 다리가 부실해보이는데도 힘이 넘쳐나는것 같다. 도선사에서 다시 어프로치를 계속하는데 빈센트가 마음 먹었다면 나를 제치고 갈 수 있었을 것 같다. 빈센트는 평소에도 등산을 많이하고 특히 빨리 걷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주로 어디를 다니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사는 곳(Paris suburb)이 볼더링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그 외에 Alps와 Pirene 지역 하이킹 하는 것도 즐긴댄다. 혹시 내가 "Realization(5.15a)"이 있는 세유즈를 가봤냐고 물어보니 그게 어딘지 모르겠댄다. 내가 대충 생각나는대로 스펠링을 c e u s s e 라고 불러줬는데 이제와서 보니 c e u s e 가 맞는 스펠링이다. 근데 비슷한 스펠링인데도 모르는 것을 보니 프랑스 클라이머라고 꼭 세유즈를 알고 있으리란 법은 없는가보다.
  주저리주저리 떠들다보니 어느새 인수봉에 거의 다다르게 되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기한듯 쳐다보는데 왠지 그 시선을 즐기게 된다.

1피치
  장비를 다 착용하고 1피치를 향해 출발하는데 우리와 비슷하게 온 분들이 계신다. 장비는 우리가 먼저 착용하게 되어서 양해를 구하고 가운데 레이백크랙으로 등반했다. 클리이밍을 별로 열심히 안했는데 왠지 실력이 는것 같다.
  2번타자로 형용이가 수월하게 올라오고 3번타자 빈센트가 오는데 끙끙대면서 온다. 다 올라와서 보니 빈센트의 주먹이 벌써 피로 얼룩져있다. "여기는 레이백으로 힘을 반대로 주면서 올라와야지, 주먹으로 재밍하면서 오면 힘들다"라고 영어로 말해주고 싶었는데 이미 올라온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다음 피치부터 잘 말해주자 하고 넘어갔다.
  우리의 기대주 민성이도 끙차끙차 잘 올라온다. 약간 힘들었다는데 첫바위치고는 매우 잘했다. 내 동기 문오영이는 왠지 든든하여 라스트를 맡겼는데 어슬렁어슬렁 올라온다. 등산복도 아니고 그냥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저지를 입고왔는데 인수봉에 축구하러 온 것 같다. 쯧쯧.

2피치
  2피치는 원래 코스로 가고 싶었는데 대기타는 사람들이 하루 좽일 등반할 기세다. 오른쪽 크랙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니 다른 팀의 선등자분이 "그런 길도 있었느냐?"며 알겠다고 하신다. 나도 규태형께서 알려주셔서 알게되었지, 그게 아니었으면 가볼 생각도 안했을 것 같다. 1/4 지점까지 확보없이 올라가서 10분 정도 기다리니 우리 팀원들이 슬슬 올라온다. 그리고 빈센트에게 "내 확보좀 볼 수 있겠느냐?"(영어로 -_-;ㅋㅋ)고 하니 "sure"라고 즉답한다. 그 모습이 왠지 믿음직스러워 그에게 세컨의 막중한 임무를 맡기고 난 오름짓을 계속했다. 2피치는 우회할 경우 5.8~5.9로 중간에 트래버스 없이 계속 올라가면 꽤나 까리하다.
  약간 힘들었을 법도 한데 Vincent가 텐션 약간 먹고 제법 잘 올라온다. 다음 타자 민성이도 꽤나 잘 올라왔다. 약간 시간을 끌긴 했는데 처음하는 사람이 한방에 요령터득해서 오면 천재인게다. 오영이는 군대에서 클라이밍을 좀 했는지(물론 안했다;;) 어슬렁어슬렁 잘도 온다. 이렇게 동기가 라스트를 잘 봐주니 매우 믿음직스럽다. 다행이다.

3피치(1시 40분)
  나를 제외하고 몸이 모두 날씬하여 여우굴을 술술 통과하고 (나는 가방을 벗고 낑낑대며 통과하는 수모를 당한다) 3피치 출발지점의 테라스에서 김밥을 먹었다. "프랑스인은 식도락 문화가 발달하여 입이 좀 까다로울텐데 김밥 맛이 괜찮느냐"(떠듬거리면서..)고 잘 안되는 영어를 고민해가며 빈센트에게 물어보니 짧게 "sure"라고 대답한다. "피나는 것 괜찮느냐"고 물어봐도 "sure", "목마르지 않느냐"고 물어봐도 "sure". 오늘 빈센트는 sure만 연발한다.(사실 Vincent도 영어를 그렇게 잘하진 못한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어 "3피치는 우회로로 걸어갈 수 있는데 어디로 가고 싶느냐"고 물어보니 아무데나 가자고 하는데 왠지 레이백을 다시 해보고 싶은 눈치다.
  민성이에게 3피치의 어디로 가고 싶느냐고 물으니 좀 고민하다가 직상하는 코스 가자고 한다. 오냐 알았다고 하며 시범을 보여주었다. 나도 직상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괜히 돌아가서 안자일렌 하려다가 시간만 더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냥 여기 레이백 뜯으면서 가는 것이 더 편한 것을 보니 나도 좀 짬을 먹은것 같다. 물론 OB형님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있는 헤모글로빈 만큼도 안되지만...
  민성이와 Vincent는 처음에 약간 어려워보인다면서 소심한 모습 보여주었으나 막상 붙어보니 쉽다면서 재미있어한다. 등반이 재미있으니 다행이다. 나는 여기 붙을때 항상 덜덜덜 떨었던 기억이 난다.

4피치
  4피치 출발지점에 가보니 우리 점심먹을때 지나쳤던 분들 중에서 4명이나 대기타고 있다. 하지만 별로 걱정은 안되는 것이 규태형이 알려주신 우회로가 있기 때문이었다. 약간 까다로운 슬랩 턱을 넘어야했지만 오영이가 발을 받쳐줘서 빨리 지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4피치는 야매로 후딱 지나가는가 했더니 오영이가 5.12급 슬랩을 자유등반 하느라고 낑낑대고 있다. 그냥 펜듈럼해서 빨리 오라고 소리치니 그제서야 포기하고 그냥 펜듈럼해서 온다. 시간이 약간 늦어서 하강할때쯤 해가 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빨리 가야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그냥 대충 넘어오게 했다. 크랙을 이용해서 재밍을 해보면 좋으련만...

5피치
  마지막 계단식 바위로 이루어진 5피치는 모두가 잽싸게 통과했다. 오영이는 마지막에 민성이와 연등을 하면서 답지 않은 용기를 보여준다. 덕분에 10분 정도 절약했다. 짝짝짝.

6피치(귀바위 앞, 4시 정도)
  이번에도 영자크랙을 못해보나보다. 대기타는 팀이 2팀이나 있다. 2명도 아니고 2팀이다. 이 팀들은 우리가 다 지나가서 쉴때까지도 영자크랙과 그 옆의 실크랙을 통과하지 못했다. 진작에 우리는 아래 크랙으로 돌아갔다. 여기는 요령이 몸에 익으니 으쌰으쌰 그냥 가게 된다. 그런데 침니를 통과하고 나서 왜 다들 수풀로 들어가 귀중한 암벽화에 흙을 묻히고 온갖 잡초, 나뭇가지를 헤치고 지나가는 고행을 자처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바위 날개 뜯고 오라고 친절히 설명해주었는데 나를 믿지 못하는것 같다. ㅠㅠ 덕분에 난 연달아 3명을 빌레이 봐야했고 허리의 수명이 10분 정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허리 아픈데 다들 침니가 익숙치 않은지 쉽게 통과를 못한다. ㅠㅠㅠ

참기름 바위는 대충 다들 잘 통과하고 나서 보니 인수봉 정상이다. ㅋㅋㅋ
사진 좀 찍고 하강연습을 하러 갔다. 너무 쉬운 길로 와서 그런지 빈센트와 민성이 모두 덤덤해보인다.

하강
  하강은 다같이 미리 하강 연습을 정상에 있는 쇠줄에서 5미터 정도 해보고 다시 실전 하강을 60미터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연습이 도움이 되었는지 오영이도 오랜만에 하강 잘 끝내고 다들 하강을 잘 끝내었다. 근데 자꾸 사방에서 귀찮게 잔소리들을 해대서 짜증이 났다. 어떤 사람은 오영이 하강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쪽 하강 끝났으니 빨리 다음 사람 하강하라"고 명령하질 않나.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그쪽은 오버행이 좀 있어"라며 쓸데 없는 친절을 베풀어주신다. 인수봉에서 하강할때마다 아주 귀찮아 죽겠다.

하산
  하강을 마치고나니 벌써 꽤나 어두웠다.(6시 50분) 그냥 운동화를 신고와서 신발이 미끄러울 수 있는데 빈센트가 능숙하게 잘 지나가고 민성이 오영이 모두 발목 접지르지 않고 무사히 하산을 했다. 그런데 헤드랜턴을 나밖에 가져오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미리 챙겼어야했는데 이것은 내 잘못이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이 보름달이라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에도 길이 잘 보여서 다행이었다. 빈센트가 "돌이 하얀색이라 다행이다"라며 잘도 걸어간다. 마지막에 빈센트가 사주는 맥주를 마시니 아주 시원하다.

뒤풀이
  뒤풀이는 보인이형 가게에서 아주 성대하게 치루어졌다. 치킨 4마리에 맥주 6000cc, 소주 1병, 한치까지 먹었는데 관대한 보인이형께서 "앞으로도 자주 오라"면서 재학생들을 독려해주셨다. 앞으로 1달에 한번 일요일이 되면 보인이형 가게에 꼭 가보도록 해야겠다. 아주아주 까마득히 어린(하지만 정신적 거리는 가까운??) 재학생들이 불쑥 찾아뵐때마다 항상 반갑게 맞아주시는 보인이형님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

25박 09-09-09 13:31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원래 casual한 등반이 최고로 재미있답니다.
25팍 09-09-09 13:34
 
  오영이 컴백했구나..
웰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