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5-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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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혁중
 조회 : 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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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계 산행 후기
대원 : 김혁중(48), 김용준(49), 이진환(51), 김민성(51), 한주연(51), 이상훈(51)
코스 : 비선대 - 마등령 - 희운각 - 대청 - 끝청(가리봉) - 한계령
5월 22일 금요일
올해 신입생이 많이 들어온 덕분에 무려 6명이 춘계등반에 참석하게 되었다. 시청에서 근무를 마치고 산악부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산악부실에 들어가니 모두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신입생 상훈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였고 속초행 버스에 탑승하니 그동안의 피곤함(나름대로 공모전에 나간답시고 잠을 잘 못잤다.)이 몰려들어 기절해버렸다. 하지만 잠깐 잠깐 정신이 들 때, 좀 있다가 어둠을 헤치고 비선대까지 갈 생각을 하니 깝깝하다.
그런데 예상외로 비선대까지 걸어가는 것이 꽤나 즐거웠다. 일단 붙임성이 좋고 잘 걷는 신입생들과 같이 걷다보니 와작지껄 웃으면서 갈 수 있었다. 비선대에 도착하여 페트병들을 들고 가서 천불동계곡의 물을 떠서 마셔보니, 내 손을 얼려버릴 듯한 냉기와 산내음 가득한 대한민국 제일의 물맛은 여전하다.
5월 23일 토요일
비박을 처음하는 신입생들에게는 침낭 안에 들어가라고하고, 민호형께서 물려주신(정확히 말하면 재학생들이 돌려드리지 않은...) 플라이까지 고이 덮어 주었지만 정작 내 자신은 귀찮아서 그냥 길바닥에 매트리스만 깔고 누웠더니 새벽에 좀 추웠다.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난 거의 항상 침낭을 그냥 머리에 베는 용도로만 쓴다. 후배들에게 안 좋은 사례를 남길 수 있으니 다음부터는 꼭 침낭 안에 들어가서 자도록 해야겠다.
5시 30분에 느긋하게 기상해서 아침밥을 지어먹고 마등령을 향해 출발했다. 난 그냥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도 ‘뒤의 후배들이 따라오지 못하겠지’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신입생들이 내 뒤를 바짝 쫓아왔다. 내가 그냥 이를 악물고 뛰어가야 좀 뒤쳐지고, 그냥 걸으면 오히려 뒤의 사람(특히 주연이)이 너무 잘와서 내 어택을 머리로 들이받는 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내 뒤에 바짝 오지 못하면 누가 벌을 주는 것도 아닌데 너무 잘 오니까 기쁜 마음과 함께 내 체력이 이렇게 약해졌나 하는 허탈함도 들었다.
마등령까지 가는 길은 정말 최악이었다. 난 훈련할 겸 다른 사람보다 일부러 짐을 더 가져가는 습성이 있는데 정말 이번엔 “아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후회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을 걷다보니 정말 다리가 후들거렸다.(후기를 쓰는 오늘은 휴식하고 내일부터 거의 1년 정도 중지했던 새벽훈련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마등령까지 샘터가 두 군데 있지만 두 곳 모두 믿을만한 것이 못되었다.
마등령에 도착하여 점심 먹으면서 기나긴 휴식을 취하고 공룡능선을 향해 걸어갔다. 하도 사람들이 공룡능선을 염불처럼 외우길래 뭔가 대단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공룡능선의 암봉들을 모두 클라이밍하여 지나간다면 많이 힘들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걷는 등산로는 거의 우회하다시피 가도록 되어서 일반적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무용담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간간이 비가 내려주어 물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룡능선에 두 군데 정도 물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이 있었고 날씨가 덥지 않고 오히려 조금 추워서 후배들이 매우 잘 따라왔다. 공룡능선의 마지막 지점인 신선대에 도착하니 나 포함하여 일동 모두 주변 경치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난 원래 내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이익에는 별로 기뻐하지 않는데, 이번만큼은 경치가 좋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정말 기분이 좋았다. 벌써 1학년들은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영상통화를 하면서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신선대에서 걸어온 길을 보면 1275봉과함께 오른쪽으로 범봉과 천화대가 보이고, 공룡의 등뼈와 같은 바위조각들이 하늘에 구멍을 낼 정도로 삐죽삐죽하게 솟아있다. 시선을 조금 더 돌려 왼쪽을 바라보면 그 유명한 용아장성의 암봉들이 보인다. 뒤를 돌아보면 소청, 중청, 대청이 한눈에 보이고 멀리 끝청봉도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에 죽음의계곡과 천불동계곡, 저 멀리 토왕골의 노적봉까지 보이는 것 같다. 좀 더 아래를 보면... 우리가 내려갈 곳도 보인다. 아 이제 내려가자.
희운각까지 가는 길에 식수를 보충하기 좋은 지점이 또 하나 있었다. 희운각에서 대략 4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는데, 물맛도 좋고 수량도 풍부했다. 희운각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난감하긴 했지만 모두들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하였다.(+옆 팀에서 소주도 얻어마셨다.)
5월 24일 일요일
오늘은 마지막날이다. 어제 희운각에서 하루를 마무리한 바람에 오늘 희운각에서 소청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쳐야한다. 내가 1학년일 때는 석재형 뒤에 붙어서 그다지 힘들지 않게 올라가서 그런지 이번에도 별 어려움 없이 올라가긴 개뿔... 조금 힘이 들었다. 일단 뒤의 1학년들을 뒤로 제쳐놓고 잠깐 서서 다리 풀다가 다시 뛰어가서 다리 푸는 식으로 올라갔다. 상훈이가 내 뒤를 아주 졸졸 따라온다. 내 뒤를 잘 따라오면 그나마 덜 힘들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나도 1학년때 이 길을 석재형 뒤로 졸졸 따라가던 기억이 난다.
소청봉의 경치가 죽여주기 때문에 멋진 사진을 찍어야했으나 우리 산악부에 저주가 내린 것인지, 정상에 올려서려고 하면 그 좋은 경치를 날씨가 죽여버려서 볼 수 없었다. 소청봉에서 중청대피소까지 뛰어가듯 가고, 조금 쉬다가 다같이 대청봉을 올라갔다. 대청봉에 올라가니 설악산에 있는 사람은 모두 여기 모인 것 같다. 50명이 넘는 대 인원이 사진을 찍을려고 아등바등한다. 우리는 겨우 몇장을 찍고 단체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제 한계령으로 내려가기 위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 중청봉을 향해 걸어갔다. 중청대피소 전에 한계령으로 가는 길이 있다. 난 최대한 빨리 가고 싶어서 한계령 휴게소에서 우동을 먹을 수 있다고 신입생들을 꼬드기니 알아서 “하나, 둘. 하나, 둘” 박자를 맞춰가면서 뛰어간다. 이렇게 잘 뛰어가는걸 보니 춘계를 3박 4일로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하산하는 우리 입장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불쌍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고 길었다. 그 내리막을 다 내려가니 반가운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계령휴게소에서 버스를 탔는데(금강고속의 버스) 강원도 한바퀴를 돌고 이리저리 경기도를 휘젓더니 무려 5시간 넘게 운행하여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 시간 보내는 것이 등반보다 더 힘들었다. 부실에 도착하여 짐을 정리하고 30분정도 해산했다가 9시에 모여서 보인이형 가게에 가서 맥주와 치킨을 실컷 먹었다.(보인이형 정말 감사합니다!!) 막걸리집에서 2차를 하고 부실에서 보쌈으로 3차를 하고 부실 앞에서 비박하다가 시청으로 출근하니 죽을 맛이지만 기분은 정말 좋다.
그리고 신입생 4명은 꼭 산행기를 쓰면 좋겠습니다.(강제사항은 절대로 아님)
그런데 안쓰는 사람은 기원이형이 하계때 짐을 40kg이상 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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