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3-13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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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모문화를 혐오시설로 매도하다니
가족과 연고자 있는 비석을 폐기하여 한곳에 묻어야 하는가?
2008년 03월 10일 (월) 이규태 master@mountainworld.net
산길을 걷다보면 많은 분묘를 만난다. 지리산 자락을 비롯해 전국의 명산에 크고 작은 분묘와 비석을 볼 수 있다. 묘지공화국이란 말을 할 정도로 양지바른 산자락, 전답 주변엔 묘지로 넘쳐난다. 그래서 가족 납골당이나 수목장 같은 말들이 낯설지 않다.
국립공원 북한산사무소는 2008년 2월 26일자 공고를 통해 산악인 추모비를 정비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산, 도봉산에는 동판 52개, 비석 88개 정도의 산악인 추모물이 있다. 이 추모물들이 그 곳에 설치되게 된 사연은 대략 3종류로 나뉜다.
첫 째, 북한산, 도봉산을 등산하던 중 사망한 경우
둘 째, 국내의 다른 산이나, 외국의 산을 등산하던 중 사망한 경우
셋 째, 산에서 죽지는 않았지만 평소 북한산, 도봉산을 즐겨찾던 고인의 뜻을 기려 지인들이 설치한 경우이다.
그것들은 동판(銅版)의 경우 가로 30cm 세로 20cm 두께 1cm 정도 합금판에 고인의 이름과 사망일자를 표기하여 사망지점 부근의 바위벽에 붙였고, 추모비석은 크기는 각기 다르지만 대략 가로 25cm 세로 50cm 두께 10cm 정도 석물에 추모글과 이름, 사망장소, 일자를 새겨 산봉우리가 잘 보이는 곳이나, 사망 지점에 세워져 있다.
공원관리공단은 동판과 추모비를 자연훼손, 경관저해, 산불요인, 혐오시설로 인식하여 그것을 한곳에 묻고 그곳에 합동위령비를 세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유족과 고인이 소속한 산악회 회원들은 동판이나 추모비란, 망자들의 유택(幽宅)으로써 의미가 있고, 가족과 연고자들이 정기적으로 추모 제례를 지내는 장소이므로 정비를 하더라도 그러한 제례가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속 늘어나는 북한산의 동판과 추모비 설치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의 추모비와 동판이 설치되는 것은 막아야 하고 산악인 스스로도 삼가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세워져 있는 추모비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나는 추모비를 정비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있어서, 연고가 있는 즉,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고있는 추모비들을 무리하게 시한을 정하여 강제로 훼손하여 땅에 묻으려는 관리공단의 발상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동판이나 추모비는 경관저해나 산불요인이 아니며, 혐오시설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 추모비는 아름다운 추모문화의 상징이다.
동료 회원이 산에서 죽으면 소속산악회 회원들은 같이 산에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아닌 죄인"이 되어 가족들 앞에 무릎꿇고, 자신의 슬픔일랑 가슴에 묻고 가족들의 슬픔과 원망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런 후 시신은 화장해버리고, 고인이 목숨보다 사랑했던 산자락에 자그만 동판이나 비석을 세워, 기일이 되면 그 앞에서 혼령을 위로하며 안전산행을 다짐한다.
그 곳은 혐오시설이 아니라 아름다운 추모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 생활의 현장이다. 끈질긴 등반 정신과 자연 앞에서는 항상 준비하고 겸허해야함을 모든 산악인에게 일깨워주는 교훈의 장소다.
관리공단은 2008년 3월 1일 정비계획을 공고하고 단지 1개월 후인 3월 31일 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폐기처분 한다고 일방적으로 "협박"하고 있다.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관리공단은 이러한 폭거의 법적 근거로 자연공원법 제30조와 31조를 거론하고 있지만, 제30조의 1호와 2호는 공원내에서 불법적 영업행위와 속임수의 방법으로 영업허가를 받은 법령위반자에 관한 사항이며, 31조는 해당 건축물이나 공작물의 소유자에 대한 대집행을 규정한 법이다.
관리공단의 이러한 법 해석은 국민을 우매하게 보고 기망함인가, 이니면 그들 스스로가 우매함인가?
북한산 국립공원 중 서울 강북구 관할 지역에만 신익희, 안현생, 이준, 양일동, 김창숙, 오상순, 조병옥, 현제명 등 여러 명사들의 묘소가 20군데나 있다. 산악인의 추모비를 모두 모아도 이 분들이 차지한 분묘의 어느 한 곳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 소박한 추모비를 혐오시설로 매도하여 폐기처분한다는 것은 무슨 망발인가.
강북구는 명사들의 묘소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문화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가족과 동료산악인이 어제도 오늘도 오며가며 추모하는 산악인 추묘비만 혐오시설이라는 공단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또한, 명사들의 널찍한 분묘와 대형 비석은 자연경관을 돋보이게하고, 산악인의 작은 비석은 경관을 그리도 해치고 있다는 말인가?
▲ 너무 많이 세워진 추모비는 정비의 필요성이 있지만, 유족과 연고자들의 추모권도 보장되어야 할것이다.
나는 앞서도 지적했지만 아름다운 추모문화라 하더라도, 너무 많은 비석은 분명히 정비의 필요성이 있다.
다만 정비를 함에 있어서 그것을 혐오시설, 화재원인, 경관저해, 법적근거를 운운하여 급하게 졸속으로 일방적으로 처리하여서는 않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엄연히 장묘 문화에 관한 법이 있다. 공원관리법만이 모든 법의 최상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충분한 시간을 유족과 연고자에게 준 다음, 무연고 비석이 있다면 그것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리고 관리공단은 산 속이 아닌 산자락 조용한 곳에 별도의 장소를 마련하여, 혼령들이 머물고 추모문화가 문화로써 지속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관리공단이 진정으로 자연경관을 중요시 한다면 국립공원 이곳 저곳에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녹슨 철조망, 넘어진 시멘트 기둥, 몇 년째 방치되고 있는 우이산장 철거잔해물, 사찰의 자연파괴 부터 원상회복 시키길 바란다.
http://www.mountainworld.net/news/articleView.html?idxno=10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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