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4-07 11:33
4월 산행 후기
 글쓴이 : 김혁중
조회 : 3,348  
4월 5일 토요일 <식목일>
  부실에 도착하니 벌써 기원이형과 용준이가 짐 정리를 다 끝내놓았다. 이제 내 개인 짐을 넣고 지혜누나 기다렸다가 출발만 하면 된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오늘은 왠지 산에 정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5시 좀 넘어서 (피겨스케이팅 선수 "Asada Mao" 랑 닮으신) 지혜누나가 오셨다. 이제 정말 산으로 간다.
  깔닥고개까지는 아직도 힘들긴 하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게, 이제는 쉬지 않고 올라간다. 예전에는 꼭 깔닥고개 올라가는 중간지점에서 체력부족으로 쉬다가 올라갔는데 이제는 어택메고도 백운대까지 한번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일주일에 2번 정도 새벽에 집 뒤의 수리산에 가고 있는 것이 체력향상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런지 북한산 야영장에 사람이 무진장 많다. 넓은 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점령해서 고기구워먹고 있다. 우리팀은 OB형님들까지 포함하면 당장 축구팀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넓은 자리로 가야 한다. 그런 자리를 찾다가 결국 한번도 내려가본 적이 없는 곳 까지 가서 텐트를 치게 되었다.
  YB와 지혜누나 이렇게 4명이서 저급한 생고기를 먹으려는 찰나에 명흠이형, 창선이형, 도영이형께서 오셔서 고급스러운 불고기를 먹게되었다. 게다가 동준이형이 홍어회와 애탕도 싸오셨다. 난 홍어는 그닥 즐기진 않지만 애탕은 정말 맛있다. 광준이형이 내가 미친듯이 좋아하는 튀김닭을 싸오셨지만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텐트로 들어갔다. 이 엄청난 만찬을 끝까지 즐기지 못했다는 것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아쉽다.

4월 6일 일요일
  밤새 잠을 못잤다. 옆 텐트에서 너무 시끄럽게 밤새도록 술을 마셔댔기 때문이었다. 한쪽 귀가 안들리면서도 소리에 무척이나 예민해서 난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다. 5시 30분에 그냥 바로 일어나서 용준이랑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짐 다 챙기고 기원이형 깨워서 출발하니 6시다.

1피치 : 난 여기서 한번 크게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의 상처는 아직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꽤나 충격이 컸다. 그래서 그런건지 난 비슷한 위치에서 또 한번 떨어졌다. 이번엔 선등하다 떨어진거라 충격이 더했던것 같았다. 아프다는 느낌보다 뭔가 열받는 느낌이 더 강했다. 난 겁을 먹었기 때문에 떨어진 것이다. 바로 다시 차근차근 크랙을 뜯으며 올라가니까 된다. 올라가서 나무에 확보하고 용준이 등반의 빌레이를 했다. 용준이와 기원이형은 곧잘 온다.

2피치 : 2피치는 아마도 고독길에서 제일 쉬운 코스일듯 하다. 오른쪽에 더 어려운 길이 있긴 하지만 그쪽은 감히 도전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크랙에 프렌드를 겨우겨우 박았는데 안타깝게도 프렌드가 푹 떨어진다. 사실 프렌드 박기도 애매한 곳인데 그냥 떨어지니 참 안타깝다. 어쩔 수 없이 하나 더 박고 2피치를 올라갔다. 제일 쉬운 길인 것 같은데 은근히 해맸다. 엉뚱한 곳으로 올라가다가 괜히 낙석만 만들었다. 선등할 때는 코스를 미리 잘 봐놓아야 하는 것 같다. 괜히 이상한 데로 빠졌다가 트래버스 하려면 엄청 고생한다. 기원이형까지 다 올라오셨으니 이제 3피치로 출발해야 한다.

3피치 : 2피치와 3피치사이에는 동굴이 하나 있다. 이 동굴을 빠져나오고 좀 더 걸으면 3피치가 나오는데 여기는 우회하는 길이 있다. 예전에 난 여기 선등해본 적이 있는데 이번엔 바보같이 그냥 우회했다. 언더크랙 뜯으면서 가면 되는 건데 아까 한번 떨어지고 나니 선뜻 도전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여기는 우회하게 되었다. 우리가 우회하는 사이에 한 팀이 우리를 추월하고 지나갔다. 일단 여기서 몽쉘 하나 먹고 갔다. 아침을 안먹어서 좀 배고프긴 했다.

4피치 : 잡목지대를 통과하고 나니 간단한 크랙코스 인데 우리 셋 모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잘 통과했다.

5피치 : 잡을 것도 많고 디딜 곳도 많은 곳이지만 여기는 상당히 고도감이 있는 곳이다. 게다가 확보를 할만한 것도 없다. 확보가 안된다는 점에서 정말 부담이 많이 가는 코스다. 다행히 별 탈 없이 올라갔다. 안타까운 점은 5m 위에 쌍볼트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걸 망각하고 아래에 있던 볼트랑 슬링으로 확보했다는 것이었다. 거의 맨 마지막 지점인데 거기에 볼트를 왜 설치 했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아래에 설치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6피치 : 영자크랙을 가기 전에 침니를 통과해야 하는데 난 침니로 안가고 오른쪽 길로 올라갔다. 오른쪽 길은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고 홀드도 좀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무사히 통과는 했다. 여기는 볼트같은게 전혀 없어서 그냥 용준이 자일을 땡겨주면서 확보했다. 침니를 다 통과하고 나니 영자크랙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거 참 힘든 코스였다. 선등으로 도전했다가 어려운 부분은 끝났는데 홀드를 제대로 못잡아서 주르륵 미끄러졌다. 오른쪽 발목에 엄청난 충격이 갔다.
  굴욕스럽지만 올라가던 다른 팀에게 빌레이를 부탁해서 올라갔다. 아 이렇게 쉬운데 왜 선등으로 못했을지 정말 내가 한심하다. 다음엔 무조건 여긴 내가 선등이다. 다음에 올라오는 용준이도 꽤나 고생하고 있다. 앵카를 연달아 외치고 그를 잡는 내 손도 참 힘들다. 내 체중과 맞먹는 용준이를 땡기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여긴 정말 어려운 듯 하다. 기원이형도 꽤 고생하고 계신다. 용준이와 내가 열심히 끌어올렸다.

7피치 : 피치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참기름 바위를 올라가야 이제 인수봉 정상에 설 수 있다. 이거 바위가 너무 미끄러워서 어떻게 올라갈지 좀 고민하면서 아래를 보니 대놓고 오른쪽에 조그마한 발홀드가 있었다. 그걸 살짝 발 끝으로 디디면서 대충 왼손과 오른손으로 살살 디디며 왼발을 내지르니 몸을 위로 쑥 올라갔다. 바위에 하얀 가루들이 마구 날리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열심히 발에 쵸크칠을 하면서 올라간 듯 했다. 일단 대충 나무에 내 몸을 확보해놓고 용준이 자일을 손으로 잡으면서 확보했다. 기원이형 올라오실 때는 용준이가 그냥 자일 픽스해놓았다.

  참기름 바위를 지나니 이제 정말 인수봉의 정상이다. 건너편 백운대와 연습바위에는 사람들이 개미떼마냥 다닥다닥 붙어있다. 인수봉에는 사람이 많을 듯했는데 정상에는 그다지 사람이 없었다. 아까 영자크랙에서 날 도와주셨던 팀 말고는 10명 정도 밖에 없었다. 천천히 경치좀 감상하고 쉬었다 가고 싶지만 추모식에 너무 늦어서 얼른 신발 갈아신고 가야 했다.
  피톤에 확보하고 되감기 8자로 두 자일을 묶어놓은 다음 내가 먼저 하강을 시작했다. 난 먼저 하강해보는건 정말 처음이다. 이게 첫빠따라 그런지 은근히 부담된다. 게다가 자일을 막 풀어주면서 가는게 좀 짜증이 난다. 한번에 하강이 될 줄 알았는데 밑에 계시던 아저씨분이 줄이 짧다면서 끊어 가라고 하셨다. 위험한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았기에 두번째 피톤에 일단 몸을 확보해 놓았다. 이 피톤이 상하좌우로 약간 흔들리는 듯한게 심히 불안해서 위의 쌍볼트에 확보할까 하다가 그냥 피톤에 일단 확보해놓았다. 마지막에 기원이형이 도착하셨는데, 다시 두번째 하강할 때는 기원이형 부터 하강하게 되었다. 장비를 후다닥 챙기고 열심히 텐트를 향해 달려가니 지혜누나 혼자 계셨다. 이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했다.

뒷풀이 장소는 막걸리집이었는데 오랜만에(?) OB형님들 뵈니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막걸리 한잔에 내 정신줄이 끊기고 있는 소리가 들리지만 어쨋거나, 일단은 마셔보고 북한산은 이제 잠시 안녕.
* skkuac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4 08:53)
* skkuac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4 08:54)

김혁중 08-04-07 13:54
 
  재학생들 거의 자력으로 인수봉 올라간 것은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등반 내용이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실력과 담력 좀 쌓아서 다른 코스 도전해보아야 겠습니다. ㅠㅠ
이기원 08-04-07 14:22
 
  전역기념 효도관광 시켜주어서 아주 고마웠다.  오늘 몸이 아주 피곤하구나 ㅎ
김용준 08-04-07 15:40
 
  선등 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크랙에서 삐끗하면 발목에 타격이 크지요.(작년 10월 도봉산만 생각하면....)
전 지금 낙석맞은 어깨가 좀 그렇네요.
김혁중 08-04-07 15:46
 
  그 낙석에 대해선 암소소리(I'm so sorry). 그게 타격이 꽤 크겠군아
이기원 08-04-07 16:48
 
  머리에 맞았으면 세상 하직할뻔했다. 집채보다 조금 작은 바위였어.
出&#… 09-04-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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