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2-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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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기원
 조회 : 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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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오늘이 설악산 들어가는 날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언제 빠져나갈까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다.퇴근이 5시라 퇴근하고 학교가면 시간이 너무 늦을듯하다. 3시쯤 되어 슬그머니 빠져나와서 부대를 나왔다. 다행히 아무도 날 찾지 않는다. 평소에 일도 안하고 뺑끼만 쳤더니 이젠 필요가 없는가보다.
6시에 부실에 도착해서 대충 짐을 챙겼다. 빙벽장비는 이미 혁중이가 다 들고 간듯하여 내 개인장비와 비브람을 주섬주섬 챙겨넣고 8시에 압구정동 태호형집을 향해 출발했다. 9시에 정호형 태호형과 합류, 9시 30분에 석재형을 태우고 설악산을 향해 출발했다.
포시즌 펜션에 도착하니 벌써 시간이 11시 30분이다. 워킹 1조와 연락을 취했더니 눈이 너무 많이와서 운행이 힘들다고 한다. 애들 첫 동계 능선인데 좀 걱정된다. 형들과 간단하게 술자리를 가지고 2시에 잠이 들었다.
2월 16일
7시 기상이다. 주섬주섬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빙벽조와 워킹조로 나누어져서 등반을 떠났다.
8시 30분 매바위에 도착. 이거 좀 난감하다. 높이가 대충봐도 50미터는 넘을것 같은데 완전히 수직벽이다. 상단은 약간 오버에다 고드름이다. 살짝 걱정되기 시작한다. 게다가 바위가 북향이라 그림자가져서 날씨도 쌀쌀하다. 전 날에 석재형이 깔아놓은줄이 그대로 걸려있다. 명득이형이 처음 오르신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 너무 잘가신다. 재학생이 너무 못해서 부끄러운 모습보일까 걱정되기 시작한다. 명득이형이 오르시는동안 석재형이 왼쪽편에 새로 줄을 까신다.
명득이형이 내려오시고 이젠 내가 줄을메고 오를준비를 한다. 덕주형의 새 장비를 손에 쥐었더니 힘이 불끈불끈 솟아난다. 다행히 첫부분은 별로 어렵지 않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오르내려서 이미 발디딤이 다 나있다. 그냥 아이스 바일을 구멍에 대충 걸고 그램폰으로 발디딤을 찍으면서 올라간다. 얼음이 너무 메말랐는지 새로 찍어도 잘 안들어간다. 그냥 기존 구멍에 걸면서 올라갔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추운날씨에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대충 얼마나 올라왔을까 싶어 위를 올려다 본다. 아직 멀었다. 아래를 내려다본다. 까마득하다. 날씨가 너무 춥다. 손이 꽁꽁 얼어붙기 시작한다. 큰일이다. 아직 손과 팔에 힘은 남아있는데 손이 너무 얼어서 잘 쥐어지지가 않는다. 빨리 올라갔다 내려오는수 밖에 없다 싶어서 막판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마음은 급한데 얼음이 도와주질 않는다. 상단부분은 완전히 벽이 섰다. 군인인데 힘이라도 써야지 싶어서 그냥 턱걸이하듯이 바일을 걸고 몸을 들어올린다. 어찌어찌 상단을 다 오르니 슬링에 줄이 걸린것이 보인다. 완료~!.
이제 자일을 나무 뒤로 걸고 슬링과 퀵도르를 회수해야 하는데 아뿔싸.! 손이 너무 얼어서 펼수가 없다. 열심히 비비적 거리면서 손을 풀었다. 간신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장갑을 너무 얇은 것을 끼고 온게 실수였다. 간신히 손가락을 움직여서 슬링과 퀵도르를 회수하고 팔자하강기를 자일에 끼운다. 하마터면 팔자하강기를 떨어뜨릴뻔했다. 간신히 하강준비를 마치고 하강했다.
하강을 완료했더니 형들이 떠날 채비를 하고 계신다. 너무 추워서 장소를 옮기신단다. 자일을 끌어내려서 사리고 짐을 챙겼다.
차에 올라타고 장수대 실폭으로 향했다. 장수대 매표소에서 등반신고를하고 실폭근처에서 점심을 먹을 준비를하였다. 메뉴는 떡라면이다. 물을 끓이기위해 콜맨버너를 꺼냈는데 아뿔싸! 재학생이 가진 버너중에서도 가장 상태가 안좋은놈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화력이 매우 신통찮았다. 꺼져가는 불길을 계속 펌프질하여 되살리면서 물을 끓였다. 역시나 물도 잘 끓지도 않는다. 잘 끓지 않는물에 라면과 떡을 넣고 대충 만들어 먹을수 밖에 없었다. 군인이 너무 못먹는다고 창선이형이 면박을 주신다.
석재형이 실폭을 선등하신다. 역시나 예술이다. 올라가는 자세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평지 오르듯이 가시더니 순식간에 등반 완료다.
창선형, 명득이형도 차례로 등반을 하신다. 실폭은 매바위보단 훨씬 쉬운모양인지 매바위때보다 다들 빨리갔다오신다. 덕주형은 계속 사진을 찍고 계신다. 덕주형이 등반을 마치신후 이젠 내가 오를 차례다. 매바위도 했는데 싶어서 쉽게 생각하고 올랐다. 그런데 왠걸... 생각보다 힘든게 아닌가. 매바위때 힘을 너무 많이 썼나? 손도 그렇고 발도 그렇고 자세가 영 어정쩡하다. 밑에서 석재형이 자세 안좋다고 야단 치신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손도 슬슬 얼어 붙기 시작한다. 어찌저찌 등반을 완료하고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석재형한테 자세를 교정받았다. 석재형은 참 쉽게쉽게 하시는데 난 쉽지가 않다. 얼음에 붙어서 배운데로 자세를 해본다. 여전히 어정쩡하지만 처음보단 한결 낫다.얼어 붙은 손을 풀면서 형들 등반하는걸 지켜보았다. 덕주형이 내려오시고 이제 내가 한번더 하려고 아이젠을 신을 준비를 하였다. 석재형이 내가 아이젠 신을 동안 올라갔다 오시겠단다. 진짜로 내가 아이젠 신는 동안에 올라갔다 오셨다. 참 대단하시다.
두번째로 오른 실폭은 첫번째보단 훨씬 수월했다. 석재형한테 자세를 교정 받은 탓일까 발자세가 전보단 한결 나은것 같다. 첫번째보단 빨리 오를것 같다. 상단부분까지 올라서 이제 조금만 오르면 끝나려는 찰나에 밑에서 형들이 부르신다. 그냥 내려오란다. 추워서 이젠 철수해야한단다.
곧바로 하강하여 자일을 사리고 떠날준비를 하였다. 시계를 보니 4시다. 등반이 길진 않았지만 추워서 더이상 하긴 힘들것 같다.
워킹조는 허리까지 빠지는 눈때문에 아직도 고생하고 있단다. 용준이가 발목까지 다쳐서 속도가 많이 지체되고 있다는데 걱정이된다.
포시즌 펜션으로 돌아오니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워킹1조는 아직 산에서 열심히 러셀하고 있고 워킹 2조는 소공원에서 1조를 기다리고 있다. 방에서 육포를 불에 구우면서 형들과 소주를 마셨다. 창선형이 '비아그라 술' 이라는 약술을 어디선가 구해오신다. 창선형과 명득이형은 워킹 2조에 전화를하여 회를 사오라고 옆구리를 찌르신다.
결국 워킹1조는 내려오지 못했다. 너무 늦어서 그냥 텐트치고 내일 아침에 내려온단다. 혁중이랑 용준이 고생이 훤하다. 하지만 명흠이형이 함께 가셨으니 안심이된다.
식당에서 식사를하면서 회를 먹고 형들과 간단히 술자리를 가지고 잠이 들었다.
2월 17일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났다. 일어나서 곧바로 워킹 1조를 데리러 소공원으로 갔다. 소공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후 다들 무시하게 내려오셨다. 혁중이랑 용준이 멀쩡한 모습이다.
펜션앞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하고 다들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주차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각자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재학생들은 시영이형 차를 타고 학교까지 편하게 올수 있었다. 게다가 오는 길에 점심으로 냉면까지 먹는 호사를 누렸다.
부실에 짐을 풀어놓고 대충 짐정리를하고 학교를 내려온다. 혁중이가 동상때문에 빨리 걷지 못한다. 학교앞 중국집에서 간단(?)하게 탕수육과 이과두주를 시켜서 마시고 집으로 헤어졌다.
* skkuac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2-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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