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9-02 22:56
설악산 산행 후기 - 22,23일
 글쓴이 : 박명흠
조회 : 3,305  
8월 22일 (수)
      오늘 출발하기로 한 창선형과 저녁 8시를 조금 넘어 만났다. 재학생 2명도 일산으로 와서 합류했다. 내일 오실 동준형의 배웅을 받으며 8시30분에 출발했다. 도로는 북부간선도로가 조금 막힐 뿐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휴게소에 들을 필요도 없어 논스톱으로 소공원에 도착하니 밤 11시 40분이다. 그때까지 설악산 문화재 관람료를 받기 위해 신흥사에 고용된 사람은 자지도 않고 우리를 맞이 한다, 지독한 절(卍)이다. 오래간만에 합법적으로 소공원을 통과한 후 비선대에 도착하니 00시30분. 밤길은 항상 발걸음을 빠르게 한다. 오후에 출발한 명득형과 도영형은 속초에서 거하게 한잔 드신 후 우리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주무시고 계셨다. 우리의 도착 소리에 일어난 도영형과 예정된 코스를 밟았다. 재학생은 배가 고픈지 라면을 끓여 먹었다. 2시40분까지 즐기다가 산장 테라스에서 비박을 했다.

8월 23일 (목)
산행내용 : 흑범길
산행자  : 박명흠 - 김용준 - 김창선
                  문오영 - 최도영 - 원종태

      오늘은 처음 암벽을 하는 1학년 교육을 겸하고, 작년에 악천후로 끝까지 하지 못했던 것을 완주하기 위해 흑범릿지를 하기로 했다. 6시에 일어나 비선대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산장에 올라가 자리를 배정받고 배낭을 정리한 다음 7시 40분에 비선대를 출발했다.
 설악골로 접어들어 익숙한 길을 따라 올랐다. 조그마한 뱀이 급하게 바위틈으로 숨는 것이 보였다. 작년에도 보았는데 올해도 또 보았다. 설악골 초입 물 건너는 곳 이후 두번째 물 건너는 곳에 도착하니 계곡 중간의 큰바위에 “흑범” 이라는 글씨가 있다. 작년에도 이곳에서 쉬었는데 같이 갔던 그 많은 사람(12명)중 아무도 이 글씨를 보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버려 릿지 초입을 찾는데 엄청 헤매었었다. 올해는 놓치지 않고 발견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수통에도 물을 가득 담았다. 계곡을 건너 설악골 쪽으로 조금 올라간 다음 바로 능선으로 올라 붙었다. 길은 뚜렷이 있었다. 그런데 외설악 전경이 어느 정도 시야에 들어오는 곳까지 오르니 뭔가가 이상했다. 우측 릿지가 석주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가까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흑범길었다. ‘억, 이 산이 아닌가배? 올해도 해메는구나!’ 올라오는 길이 너무나 좋은 것을 보니 이곳도 등반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우리와 똑같은 전철을 밟은 사람이 많았던지. 창선이형은 “그냥 이 릿지를 하지?”라고 하셨다. 그러나 작년에도 못했는데 올해도 또 그럴 수 없어 흑범길로 트레바스 했다. 시작하는 장소에 도착하니 10시였다.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시간을 절약하고 오영이에게 선등할 기회를 주기 위해 2개 Party로 나누었다. 내가 먼저 올라간 후 오영이는 쉬운 구간은 정상적으로 Top을 서고, 어려운 구간은 내 자일에 통과를 시킨 다음 선등하는 방식으로 했다. 1학년 용준이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처음하는 샘 치고는 무척 잘 따라 왔다. 약 30여m의 테라스와 테라스가 끝나는 부분부터 있는 디에드르형 크랙을 오른 다음 공터에서 점심을 먹었다.(11시40분).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외설악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고 멀리 동해바다까지 보인다. 점심식사 후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는 벽은 약간 어렵다. 시작부분에서 왼쪽으로 최대한 올라가서 오른쪽 테라스를 잡고 몸균형을 이동시키면 한결 쉽게 올라 갈 수 있다. 천화대를 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다 끝난 것 같았다 (14시50분). 이제와서 보니 작년에도 왕관봉을 빼고는 흑범릿지를 다 한 것이었다. 그땐 안개가 너무 짙게 깔려 위치파악을 하지 못한 가운데 철수를 했었지만.
      시간이 충분한 것 같아 오른쪽 계곡을 따라 올라가서 왕관봉 전안부에서 천화대와 만나 왕관봉까지 오른후 하산했다. 앞선 팀이 있어 약간은 지체되었지만 우리의 시간을 방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왕관봉을 모든 사람이 다 하강하고 나니 17시가 되었다. 다른 사람이 내려오는 동안 우진이에게 오늘 가져올 고기의 양을 문자로 보내고, 형수님과 손녀와 함께 천불동계곡을 등반하신 윤보용 형에게도 먼저 저녁을 드시라고 문자를 보냈다. 17시15분에 하산을 시작하여 비선대에 도착하니 19시 15분. 어둡기 전에 내려와서 무척 기뻣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공양이형이 마산에서 가져온 풍성한 전어회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얼음으로 포장하여 아이스박스에 넣어오신 것이 너무나 정성스러웠다.
      어제 우리와 비슷한 시각(정확하게는 오늘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한 팀이 도착했다. <동준이형, 승구형, 석재, 주미>. 남겨 놓은 전어회로 간단히 먹으면서 내일 일정를 상의했다. 유선대RC와 유선대 릿지. 그리고 바위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워킹으로. 각자 의견을 물어 보는데 공양이형의 말씀, “준비는 해오지 못했지만 나도 릿지를 하고 싶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유선대 릿지는 말만 릿지이지 암벽등반과 똑같고  최고등급도 5.8인데. 그리고 졸업후 약 30년 동안 암벽을 해 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안 된다고 해야 하나. 이후 나누는 대화로 유선대 릿지의 난이도와 상태에 대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했는데 형의 표정을 보니 더 이상 아무 말씀도 없고 번복할 의사도 없는 것 같았다. 결국 릿지와 능선팀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석주길’을 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